제타의 위용은 대단했다.. 시로코에게도..
하지만 시로코가 감탄한건 제타의 특이한 변형시스템이나 바이오센서가 아니었다.
마치 시로코의 기억속에 흐릿하게 남아있는 어머니의 느낌..
시로코는 제타에게서 어머니를 느꼈다..
어머니.. 시로코의 입가엔 어이없는 미소가 번졌다..
모빌슈트에서 기억의 저편에 흐릿하게 남아있는 어머니의 느낌이라니..
하지만 시로코의 느낌은 정확했다..
바이오센서는 그만큼 미지의 물건이었다..
물론 뉴타입인 시로코도 결국 그 느낌이 바이오센서때문이라는걸 깨닫게된다..
그것이 시로코의 생이 다하는 순간이긴했지만..
"이것이 제타인가?"
시로코는 부관을 쳐다보면서 그렇게 말했지만 부관은 대답하지 않았다
시로코는 언제나 그렇게 자신을 쳐다보면서 혼잣말을 하는 버릇이 있다는걸 알기에..
"네. 이번에 탈취한 제타 3호기입니다."
부관은 알수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이해 안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
부관은 시로코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를 놓치지 않았다..
'나르시스트'
시로코에겐 그런 성향이 좀 많았다.. 물론 그에 걸맞는 천재이기도 했지만..
젊은 나이에 그가 목성과 지구를 오가는 거대한 자원운반선의 선장이 된 것도 그렇지만
그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배안의 모든 선원들을 사로잡고말았다
뛰어난 지식, 정확한 판단력, 그리고 실행력까지..
하지만 그는 자신보다 부족한 선원들을 깔아뭉개는걸 주저하지않았다
물론 선원중엔 여전히 불만을 가진 자들이 있었지만..
그들도 인정할수 밖에 없었다..
시로코는 자신들이 만나본 최고의 지휘관이라는걸..
"그 센서란 것은?"
부관은 기다렸다는 듯이 터치스크린을 조작했다
"무엇이 자네의 흥미롭게 한거지?"
부관은 순간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망설였지만
시로코가 항상 그런 상황을 즐긴다는 것을 알았기에..
"우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바이오센서는 아나하임이 극비리에 연구하는 뉴타입용 강화장비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이 장비가 시로코님에게 맞는지 우리가 확신할수 없습니다.."
부관은 순간 시로코의 얼굴에 드리워진 불쾌한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시로코가 스스로 가지는 뉴타입이라는 자부심에에 대한 의심은 시로코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었다
그는 공인된 뉴타입은 아니었지만 그가 접하는 뉴타입에 관한 정보는
군내상층부에서만 접할수 있는 정보일만큼 그가 뉴타입이란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었으니까..
"저희가 파악한 바이오센서의 라디오타입이 특이합니다"
뉴타입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긴 했지만 연방군은 뉴타입이 올드타입과 다른 뇌파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메카닉에 적용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그 연구결과로 뉴타입들이 내는 몇가지 라디오파장에 공통점이 있다는걸 발견한 것이다.
"뭐가 특이하다는 거지?"
"바이오센서가 인지하는 주파수범위가 필요이상으로 큽니다"
바이오센서 기술은 아나하임이 연방군에서 비밀리에 입수한 뉴타입기술에
'카미유 비단'이라는 새로운 뉴타입의 연구성과를 합한 결과물이기에 당연했는데..
그 결과로 다른 뉴타입과 달리 강한 전파성을 가진 카비유 미단의 라디오타입에 맞춰졌다.
시로코가 천재이긴 했지만 거기까지는 알수 없었다..
결국 그것이 마지막 순간에 그가 그토록 아낀 디-오가 작동을 멈춘 이유였지만..
"제로에게 장착하는데 문제가 있나?"
제로.. 시로코는 PMX-003 THE-O를 항상 그렇게 불렀다..
멀리서 보면 그냥 점처런 보이는 외형덕분일까..
"아닙니다. 그건 아닙니다만.. 다만 확인을 좀 더.." 부관은 불안했다..
뉴타입이란 존재를 만난 것도 시로코가 처음이지만
대체 뉴타입이란 뭔지 여전히 올드타입들에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았기에..
사람들이 수군거리듯이 단지 살인기계인지 아니면 인류의 새로운 진화..
부관의 복잡한 머리속을 읽기라도 하듯이 시로코는 언제나처럼 웃으며 말했다
'나를 의심하는건가?"
부관은 대답하지 않았다..
올드타입의 마지막 자존심이랄까.. 하긴.. 이해할수 없으니까 뉴타입이겠지..
"바이오센서는 제로에 장착하고 나머진 모두 소각한다.
12시간후 디-오의 테스트가 있을테니 그때까지 준비하게"
"예!" 부관은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를 위해 아니 이유도 없이 싸워야한다면 어차피 시로코에게 건 목숨 아니던가..
자신이 참여한 디-오가 뉴타입용이 된다면 얼마나 최강이 될 것인가!
하지만 그는 해체되는 검은 제타를 보면서 묘한 불안감을 떨쳐버릴수 없었다..
그에겐 검은 제타가 마치 시로코에게 날아온 죽음의 사자같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