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을 처음 본게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기억하는건 딱 하나,
옴진리교라는 일본의 광신도집단이 지하철에 독가스테러를 하던 그 해에
에반게리온이 세상에 처음 나왔다는 정도?
현대 일본의 가장 중요한 애니메이션 아니 예술 작품중 하나인 에반게리온을
하필이면 지하철 독가스 테러로 기억하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옴진리교야말로 현대 일본을 더 상징해서 일지도)
아무튼 지하철 가스테러라는 미친 짓이 일어나던 해가 1995년이니
에반게리온이 세상에 나왔으니 벌써 20년이 넘었다.
안노 히데아키 감독을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사실 일본현대영화는 그쪽(?) 장르말고는 썩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님의 더 오래된 영화가 더 현대적인 느낌이라 (하바요!)
아무튼 안노 히데아키 감독에게 에반게리온이 필생의 작품인건 맞을거다.
나온지 20년이 지난 작품이지만 작품에 깔린 정서는
(멍청한 사내들이 온갖 사고는 있는대로 다 치더니
정작 죄다 죽어버리고 남은 여자들이 개고생한다는 뭐 그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변색되지 않는 가치를 지닌 게 분명하니까.
전세계가 전염병에 시달리는 지금
결국 극장에서 보지 못하고 아마존에서 보게 된게 너무 안타까울 뿐.
(언젠가 다시 극장에서 개봉하면 꼭 봐야지)
새로운 에반게리온을 떠올릴때마다 난 항상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님의 제타건담 극장판 3부작이 떠올린다.
어린 시절 본 카미유의 정신붕괴는 일종의 정신적 트라우마처럼 나를 괴롭혔고
항상 그 결말이 바뀌길 빌었는데 20년이나 지난 뒤
그 결말을 바꿔버린 건담의 아버지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님처럼,
안노 히데아키 감독은 새로운 에반게리온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한가지는 분명하다.
안도 히데아키 감독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했고
그걸 본 나도 만족한다고.
내가 건담만큼 에반게리온의 팬은 아니라서 그런지 몰라도
에반게리온의 마무리(진짜?)에 너무 만족한다.
심지어 다들 불만이라는 신지와 마리의 이어짐조차도 말이다.
그게 말이 안된다고? 그런 소리하는건 바보 신지보다 더 바보들인거지.
애초에 에반게리온은 여자가 중심인 영화라고!
에반게리온은 처음부터 끝까지 여자에 관한 영화였다고!
남자들은 그저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존재에
심지어 사고는 사고대로 다 치더니 비겁하게 도망이나 가는,
그래서 착한 남자는 죽은 남자뿐인 그런 존재였잖아?
아무튼 20년이 넘은 길고 긴 에반게리온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구구절절한 그 마무리에 욕을 해줬을테니까.
이런 영화는 극장에서 봤어야 하는데 아!!
아무튼 에반게리온은 이렇게 정리가 가능할거 같다.
이끼루 , 사비시, 그리고 사요나라!
에반게리온도 그저 웃으며 마무리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절대로 도돌이표처럼 돌아오지 마라.
돌아올거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