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는 갔습니다. 아아, 빨래하는 금성 세탁기는 갔습니다.
낡은 콘센트를 깨치고 쓰레기장을 향하여 난 사차선 도로를 끌려,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세재 찌꺼기는 굳고 빛나든 램프는 꺼져 새로 나온 신제품에 날아갔습니다.
통돌이의 강력물살 추억은 나의 빨래를 빨아놓고, 쓰레기가 되어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섬유유연제에 코가 먹고, 깔끔한 세탁물에 눈멀었습니다.
세탁기도 전자제품인지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폐품은 뜻밖의 일이 되고 코는 새 세탁기 냄새에 터집니다.
그러나 폐품을 쓸데없는 집착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좁은 집을 채우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세탁기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지 않는 것과 같이, 새 세탁기를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세탁기는 갔지마는 나는 세탁기를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옛 세탁기에선 결코 느낄 수 없는 새 세탁기의 조용함은 나는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 놈의 침묵 -
p.s. 잘가라. 금성 세탁기. 그동안 고마웠다.